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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덟 단어 (박웅현 저), 인생이 담겨있는 단어들의 이야기

#. 인생이 담겨있는 단어들의 이야기

여덟단어

 

 

‘여덟 단어’는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자기계발서입니다. 박웅현씨가 생각하는 인생을 여덟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고, 그 단어들에 대해 강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나온 책입니다. 저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그가 제시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리뷰를 풀어보겠습니다.

 

1. 자존

저는 이 책을 읽고 카카오톡의 프로필 문구를 “자존”으로 바꾸었었습니다. 뒤에 이어지는 일곱 개의 강의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강의가 자존에 대한 첫 번째 강의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여지는 나’가 굉장히 강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나’의 위치를 결정하죠. 실제 내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보다 남과 비교할 수 있는 잣대를 통해서 내가 있는 위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알게 모르게 저도 그런 문화에 길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덟 단어의 첫 번째 강의인 ‘자존’을 읽다가 정말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안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생의 점을 바깥이 아닌, 내 안에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와 닿았죠. 감히 말씀드리자면, ‘자존’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2. 본질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그에 따라서 나도 변하고 내 옆사람도 변하고 정말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그 세상을 살펴보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바로 ‘본질’이죠. 다른 사람들이 트위터 등의 SNS에 집중할 때 박웅현씨는 본질에 더 집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성공에 이르게 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고 자신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나가는 것, 우리 시대에 물론 필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광고인 박웅현이 말하는 것처럼 ‘본질’이 없다면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본질’만 잘 갖추고 있다면 그것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놓친 채, 시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듭니다. 글쓰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스포츠에 대한 글을 써도, 인터뷰 글을 써도 탄탄한 글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인터뷰 글이 뜰 때는 인터뷰 글을 썼다가, 리뷰 글이 뜬다고 리뷰 글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상태에서 멈출 수 밖에 없죠. 사랑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모든 것이 마찬가지죠. ‘본질’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3. 고전

두 번째 강의인 본질이 이번 강의인 ‘고전’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본질을 살린 작품들만이 우리에게 ‘고전’이라 불리며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고전’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본질에 조금은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저는 아직 ‘고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겉 멋이 들어서 그런지, 본질에 가까운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인지, ‘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고, 지금과 다른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분야에서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 ‘고전’을 통해서일 것입니다. 본질을 위해서, ‘고전’을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능력을 키워나가겠습니다.

 

4. 견(見)

‘견’이란 본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박웅현씨가 강의에서 말하는 ‘견’은 단순하게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죠. 잘 보는 것을 말합니다. ‘잘 본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박웅현씨가 소개한 시가 있습니다. 저도 이 ‘견’이라는 것에 대해서 가볍게 요약해서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 시를 소개하지 않고는 쉽지가 않네요. 간장게장을 매개체로 하는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입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 대단해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잘 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어떻게 간장게장에서 저런 것들을 볼 수 있었을까요?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되어야 ‘견’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는 시입니다.

 

박웅현씨는 강의 막바지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지 말라고, 다만 본 것을 제대로 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이죠.

 

5. 현재

박웅현 씨의 책인 ‘여덟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중에서도 ‘현재’에 대해서 읽은 느낌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친구와 만나서 맥주를 한 잔할 수 도 있었고, 영화를 한 편 다운받아보거나 그 외 TV프로그램을 볼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제가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에 대해서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 박웅현씨가 말하는 ‘현재’입니다. 제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 밖에 없으니까요. 삶은 순간의 합이라고 합니다. 매 순간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제가 인생에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죠.

 

6. 권위

첫 번째 강의였던 자존과 이어지는 내용이죠. 우리는 ‘권위’앞에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일부러 무너트리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상대방의 ‘권위’ 앞에 무너져 버리는 것이죠. 자존이 있어야 ‘권위’ 앞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불합리한 ‘권위’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불합리한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 소통

소통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듣는 것이죠. 박웅현씨는 주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3가지를 중심 주제로 잡고 이야기하고 있죠. ‘다름을 인정하자’, ‘문맥을 생각하자’, ‘생각을 디자인하자’ 이 3가지가 있는데,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대표적인 예인 역지사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두 번째는 국어책에 나올법한 잘못 쓰고 있는 경고문구에 대한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입니다. 말을 할 때 생각을 디자인해서 말하자는 것이죠. 디자인이 없는 말은 오해로 변질된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오해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죠.

 

같은 뜻을 가진 말이라도 디자인된 생각이 있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은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디자인해야합니다.

(포스팅 하단의 '밑줄긋기' 부분을 참고해주세요~)

 

8. 인생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여덟 단어”를 주제로 책을 썼습니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다면 무언가 섭섭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박웅현씨는 마지막 강의에 ‘인생’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3가지 팁을 주면서 강의를 마무리합니다. 첫 번째는 ‘언젠가 기회는 온다’입니다. 그러니까 한탄하지 말고, 언제 기회가 찾아와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인생은 마라톤이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감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과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을 왔다갔다하기도 하죠. 하지만 길게 보면 이 모든 것이 과정입니다. 너무 한 순간의 감정과 지금의 상황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첫 번째 팁처럼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니까요. 마지막 세 번째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입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이 말에 공감합니다.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말이죠. 내가 선택하는 길이 정답이라고 믿고, 그 길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덟 단어’라는 책을 리뷰도 하고, 스스로 정리도 하면서 하나하나의 키워드를 정리해봤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 읽어보고 싶다’라는 감정을, 이미 읽은 분들에게는 ‘맞아 이런 책이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박웅현씨의 강의처럼 저는 현재 (제가 글을 쓴 시점)에 최선을 다했고, 다른 엄청난 리뷰 블로거들의 권위 앞에서도 당당합니다 ^^

 

 

#. 밑줄긋기

 

극단적으로 실제우리나라 정치인의 발언을 한 번 비교해볼게요. 문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분의 일화가 있어요. 그때 국무총리는 원래 정치하던 사람이 아니었고, 적십자 총재였는데정치에 뛰어들어 국무총리가 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분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정치판은 개판인데 왜 들어가려고 하느냐더라. 그런데 내가 들어와 보니진짜 개판이더라”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어요. 다음 날 야당에서난리가 났죠. 정치판을 개판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무총리와 국론을 논할 수 없다고 입장표명을 했어요.

그런데 그 비슷한시기에 중앙일보 ‘말말말’ 섹션에는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런던의 “리빙스턴”이라는 시장이 임기 중에 그만뒀대요. 그래서 기자가 이유를 물었죠. 사실 이 사람이 그만뒀던 이유도 정치판이엉망이었기 때문이에요. 단, 리빙스턴 시장은 그 누구처럼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했죠.

 

“정치는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닙니다.”

 

자, ‘정치판은 개판이다’와 ‘정치는어른들이 할 짓이 아니다’ 어떤 것이 더 강하게 다가오나요? 후자가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내 생각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디자인해서 말을하는게 좋습니다.

- 여덟단어 중, ‘소통’ 파트 중에서 -

 

 

‘생각을 디자인한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너무도 적절한 예시입니다. 정면 공격보다 치명적인 우회 공격이 있는 것처럼 직설화법보다 더욱 파급력 있는 간접화법/우회화법도 있죠. 잘 디자인된 생각이 묻어나는 말 한마디는 ‘말빨’이 아닌 ‘능력’입니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나 단순히 잘 듣는것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법, 그것도 파급력 있게 말하는 방법에 대한 소통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